
생성형 AI가 사람 얼굴이나 풍경을 만드는 단계를 넘어, 이제는 실제 영수증처럼 보이는 이미지까지 손쉽게 만들어내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흥미로운 기술 사례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경비정산과 회계 업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영수증은 오랫동안 지출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증빙 자료였기 때문입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회계사와 세무 실무자가 직접 생성형 AI로 만든 영수증 이미지를 공개하면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AI 이미지 실험이 아니라, 기업이 증빙을 확인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어야 할 수 있다는 신호로 볼 만합니다.
AI 영수증, 실제로 얼마나 자연스러워졌나
일본의 공인회계사 兎耳山ルカ(Tomiyama Luca) 씨는 X에 ChatGPT Images 2.5로 생성한 영수증 이미지를 공개했습니다. 게시물의 취지는 명확했습니다. 이제는 실제 사진과 구별하기 어려워지고 있으며, 회계 실무자의 입장에서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해당 이미지가 완벽한 위조품인가가 아닙니다. 사람이 몇 초 동안 이미지를 보고 자연스럽게 ‘영수증 사진’으로 받아들일 정도라면, 육안 판별만으로는 앞으로 한계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세무 실무자도 직접 만들어봤다
세무사무소에서 근무하며 AI와 GAS를 업무에 활용하는 X 사용자 @tonbo3537 역시 ChatGPT로 영수증 이미지를 직접 생성한 뒤, 사실상 “이걸 구별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두 사례는 단순한 이미지 생성 놀이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실제 회계와 세무 업무를 접하는 사람들이 직접 결과물을 보고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기업 경비감사에서는 이미 AI 영수증이 발견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문제가 단순한 가능성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기업 경비감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AppZen은 자사 시스템에서 적발된 부정 영수증 가운데 AI 생성 영수증이 차지하는 비율이 2025년 3월 0%에서 2026년 5월 중순 70.8%까지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12개월 동안 탐지된 AI 생성 영수증은 1,471건이었고, 174개 회사에서 745명의 직원이 제출한 사례로 집계됐습니다. 청구가 시도된 금액은 약 14만8천 달러였습니다. 다만 이 금액은 회사가 실제로 지급해 손실이 확정된 액수가 아니라 탐지된 청구 금액이라는 점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왜 소액 경비가 더 위험할 수 있을까
가짜 영수증이라고 하면 큰 금액부터 떠올리기 쉽지만, AppZen 자료에서는 AI 생성 영수증의 중간값이 약 32달러로 나타났습니다. 오히려 작은 금액이 반복적으로 청구되는 방식이 더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많은 기업은 소액 식비나 교통비를 매번 사람이 자세히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정 금액 아래에서는 검수를 단순화하거나 자동 처리합니다. 생성형 AI가 이런 틈과 결합될 경우, 작은 금액의 반복 청구가 새로운 내부통제 문제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이제는 ‘사진’이 아니라 ‘거래’를 확인해야 한다
앞으로 중요한 질문은 “이 영수증이 진짜처럼 보이는가?”가 아니라 “이 영수증에 적힌 거래가 실제로 존재했는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
법인카드 승인 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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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가맹점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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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 금액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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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업무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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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거래 여부 확인
이미지 자체를 분석해 AI 생성 여부를 판별하는 기술도 필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여러 데이터가 하나의 실제 거래를 가리키는지 교차 확인하는 방식이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은 괜찮을까
한국의 세무·회계 제도에서는 신용카드 매출전표, 현금영수증, 세금계산서, 계산서 등 실제 거래와 연결되는 공식 증빙이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따라서 생성형 AI가 그럴듯한 영수증 사진을 만든다고 해서 정상적인 카드 승인 기록이나 세금계산서까지 함께 생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현실적인 취약점은 정식 세무 신고 이전의 회사 내부 경비정산 단계일 수 있습니다. 직원이 영수증 사진을 제출하고, 담당자가 사진만 확인한 뒤 비용을 지급하는 구조라면 앞으로는 추가적인 데이터 검증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AI 도입이 늘수록 검증도 같이 중요해진다
국내 기업에서도 생성형 AI는 빠르게 일상적인 업무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문서 작성, 이미지 생성, 코딩, 데이터 분석 등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기업의 관심은 “AI를 도입할 것인가”에서 “AI를 어떻게 사용하고 검증할 것인가”로 이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생성형 AI의 생산성 효과는 분명하지만, 그 결과물이 실제 사실과 연결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도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문제는 영수증에서 끝나지 않는다
AI로 실제처럼 보이는 영수증을 만들 수 있다면 같은 질문은 다른 업무 자료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 견적서와 거래명세서
- 배송 완료 사진
- 제품 파손 사진
- 출장 증빙 이미지
- 업무 현장 사진
- 각종 내부 보고용 이미지
그동안 사진은 ‘실제로 있었던 일의 기록’이라는 전제를 어느 정도 갖고 있었습니다. 생성형 AI는 이 전제를 흔들고 있습니다. 이미지를 봤다는 사실과 실제 사건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같은 의미가 아닐 수 있습니다.
AI 시대, 증거를 믿는 방식도 바뀔 수 있다
경비정산의 본래 목적은 영수증 사진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업무를 위해 실제 돈을 지출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AI 이미지가 더 자연스러워질수록 기업은 사진 자체보다 그 뒤에 존재하는 카드 승인 기록, 거래 데이터, 가맹점 정보 같은 사실관계를 더 중요하게 확인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사진이 진짜처럼 보이는지를 확인하는 시대에서, 사진 뒤에 실제 거래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시대로.
생성형 AI가 바꾸는 것은 이미지 생성 기술만이 아니라, 우리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증거를 믿는 방식’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참고 자료
ITmedia 2026년 9월 11일 보도, X 원문 게시물 2건, AppZen 기업 경비감사 자료, Forbes 관련 보도, 국가법령정보센터 자료, 국내 생성형 AI 도입 관련 조사 등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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