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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사막이란? 가까운 은행까지 평균 18km인 지역이 늘어나는 이유

이로운별별별 2026. 9. 2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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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한번 가려면 평균 18km… 가까운 은행이 사라지는 ‘은행사막’

 

얼마 전 유튜브 채널 ‘뜬뜬’의 예능 ‘풍향중’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나왔습니다.

유재석 씨가 촬영 도중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직접 은행을 찾은 것입니다.

요즘은 웬만한 금융 업무를 스마트폰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대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여전히 은행 창구를 직접 찾아가야 하는 일이 생긴다는 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났습니다.

 

물론 이 사례를 곧바로 ‘은행사막’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주변에 은행이 없어서가 아니라, 필요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은행을 방문한 경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장면은 한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단순히 “가까운 은행이 조금 멀다”는 수준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은행 자체가 평균 18km 떨어져 있다면 어떨까요?

 

최근 이런 지역을 설명할 때 등장하는 표현이 바로 ‘은행사막’입니다.

말 그대로 사막 한가운데 은행이 있다는 뜻이 아니라, 생활권 안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은행 점포를 찾기 어려운 지역을 뜻합니다.

 

국내 은행사막 연구에서는 집계구 중심점을 기준으로 동 지역은 반경 2km, 읍 지역은 5km, 면 지역은 10km 안에 은행 점포가 하나도 없으면 ‘은행사막’으로 분류했습니다.

반대로 같은 범위 안에 은행이 딱 한 곳만 남아 있다면 ‘잠재적 은행사막’으로 봤습니다.

 

이 말이 아직 낯설게 느껴진다면, 이런 장면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한 할머니가 있습니다.

손주에게 용돈을 보내려고 은행에 가야 하지만 스마트폰 뱅킹은 익숙하지 않습니다.

가장 가까운 은행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읍내까지 나가야 하고, 버스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가 은행 일을 보고 돌아오니 어느새 반나절이 지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계좌이체는 스마트폰을 몇 번 누르면 끝나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하루 일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장면은 과장이 아닙니다.

실제로 면 지역 은행사막에서 가장 가까운 은행까지의 평균 거리는 17.99km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은행이 두 곳 이상 있는 면 지역의 평균 거리는 4.60km였습니다.

같은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약 4배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물론 이 17.99km는 실제 도로 주행거리가 아니라 집계구 중심점과 가장 가까운 은행 점포 사이의 거리이지만, 그럼에도 금융 접근성 차이가 상당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문제의 규모도 생각보다 큽니다.

2023년 기준 은행사막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308만6천명, 은행이 한 곳만 남은 잠재적 은행사막 거주자는 약 196만9천명이었습니다.

둘을 합하면 약 505만5천명, 전체 인구의 약 9.76%입니다.

쉽게 말하면 국민 10명 중 1명꼴로 은행이 없거나, 마지막 은행 한 곳에 의존하는 생활권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

 

면적으로 보면 숫자는 더 크게 느껴집니다.

은행이 전혀 없는 은행사막 지역은 국토 면적의 50.72%를 차지했고, 잠재적 은행사막까지 포함하면 약 58%에 이릅니다.

다만 이 수치는 “대한민국 국민 절반이 은행사막에 산다”는 뜻이 아니라, 면적 기준으로 절반가량이 은행사막에 해당한다는 의미라는 점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고령층 비중입니다. 면 지역 은행사막 거주자 가운데 65세 이상 비중은 42.12%였습니다.

 

즉 은행 접근성이 가장 떨어지는 곳에 오히려 디지털 금융에 익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고령층이 많이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요즘은 다 모바일뱅킹 하면 되지 않나?”라는 말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송금, 예적금 가입, 세금 납부 같은 기본 업무는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지만, 본인인증이나 비밀번호 관리, 금융상품 설명, 서류 제출이 필요한 업무는 여전히 대면 창구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은행사막이 꼭 농촌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도시의 ‘동’ 지역에서도 반경 2km 안에 은행이 없는 곳에 사는 인구가 약 141만7천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면 지역 은행사막 거주자 약 118만7천명보다 숫자만 보면 오히려 더 많습니다.

물론 농어촌은 이동거리와 고령화가 더 큰 문제이고, 도시는 좁은 생활권 안에서도 많은 인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은행사막이라도 도시와 농촌에서 나타나는 모습은 다르다는 뜻입니다.

 

이번 자료에서 정말 주목할 숫자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잠재적 은행사막 거주자 증가폭입니다.

은행이 한 곳만 남은 지역에 사는 인구는 2016년 약 149만9천명에서 2023년 약 196만9천명으로 늘었습니다.

7년 사이 약 47만명 증가한 것입니다.

이미 은행이 아예 없는 지역만 문제가 아니라, 여러 곳 있던 은행이 하나씩 사라지면서 ‘마지막 은행’ 하나에 의존하는 지역이 늘고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아직 은행이 있지만, 그 마지막 한 곳이 사라지는 순간 그 생활권은 곧바로 은행사막이 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가장 큰 배경은 금융의 디지털화입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처리할 수 있는 금융 업무가 크게 늘었고, 은행 입장에서는 이용자가 줄어드는 오프라인 점포를 계속 유지하는 데 비용 부담이 큽니다.

점포 통폐합 자체는 금융산업의 변화 속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은행이 사라지는 속도와 사람들이 디지털 금융에 적응하는 속도가 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해법도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과거처럼 전국 곳곳에 은행 점포를 다시 대규모로 늘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단순히 점포 숫자를 세는 것보다, 사람들이 필요한 금융서비스에 실제로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공동점포, 이동점포, 소규모점포, 우체국 등과의 창구 제휴처럼 대체수단을 넓히는 방식도 함께 논의되고 있습니다.

 

모바일뱅킹 시대라고 해서 ‘거리’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계좌이체는 스마트폰을 몇 번 누르면 끝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읍내까지 나갔다 돌아오는 반나절짜리 일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은행사막’이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가 단순한 신조어가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의 금융 접근성 문제를 보여주는 현실적인 표현으로 읽히는 이유입니다.

 

금융은 점점 더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더 중요해질 질문은 이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동네의 마지막 은행은 얼마나 가까이에 있을까요?

 

 

※ 자료 및 출처
한국경제의 분석 「국내 은행사막의 분포와 그 특성, 지리적 금융접근성」(2026)
매일경제 2026.09.25
금융위원회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
한국경제 202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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